“역사가 잠든 땅에서, 위험은 말없이 자라고 있다”
서울에서 ‘미래’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붙는 지역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용산이다.
대통령실 이전, 미군기지 반환, Y-밸리 조성, 국제업무지구 계획까지—
도시의 서사는 용산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미래의 시간표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땅 위에 놓여 있다.
반환된 것이 아니라, 덮여버린 흔적들
용산은 지하 정보를 가장 적게 알고 있는 도시다.
- 100년 가까이 주한미군기지로 사용되며
국가도 정확히 접근할 수 없었던 땅이 많고, - 공공 지도에도 기록되지 않은 관정, 오염구역, 지하 시설이 존재하며,
- 지반 침하가 아닌 지반 불확실성 그 자체가 가장 큰 위험이다.
이 도시는 “얼마나 깊은가?”를 물을 수 없을 만큼
한 시대 전체가 덮여 있는 땅이다.
국가가 ‘개발 예정’이라고 말하는 곳은
사실상 아무도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곳이다
용산은 ‘한남 르네상스’, ‘이촌 재정비’, ‘한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미래를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위에 세워질 아파트와 건물들이 뿌리를 내릴 땅의 상태는
아직 전면 재조사조차 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 오염된 지반
- 과거 군사 시설의 폐기 흔적
- 하천 복개 및 암거 구조 미확인 구간
이 모든 게,
용산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덮여가고 있다.
눈부신 계획 속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위험’
도시는 이상하게도,
‘계획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험을 잊게 만든다.
용산은 지금
서울에서 가장 비싼 평당가를 자랑하고,
외국 자본이 몰리고 있으며,
개발 가능성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의 지반은 정말 안전한가?”라는 질문은
그 어떤 공시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위험은 언제나,
‘계획 속의 공백’에서 나타난다
미래 도시는 종종 미지의 과거를 무시한 채 건설된다.
그리고 그 무시는 곧, 재난으로 되돌아온다.
용산은 지금,
서울의 ‘권력’이 집중된 땅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지하의 침묵이 쌓인 땅이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을수록,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해진다.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
- 그 땅은 정말 안전한가?
- 미래를 설계할 만큼,
지금의 지반은 충분히 검토되었는가? - 위험은 왜 계획에서 빠졌는가?
개발의 시간표 아래
덮여버린 진실을 되묻는다
도시는 늘,
“누군가 보지 않으면 사라지는 진실”로 가득하다.
용산은 지금,
말을 멈추었고,
사람들은 그 침묵을 ‘진행 중’이라는 이름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언젠가 다시
지하의 깊이로부터 질문을 던져올 것이다.
다음 편 예고
《성수동, 속도를 삼킨 동네의 균열》
– 개발이 너무 빠르면, 도시가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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