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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잠실, 서울의 얼굴 아래 매몰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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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솟은 도시가 가장 먼저 무너지는 이유”

서울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높이 솟은 롯데타워,
끝없이 이어진 대단지 아파트들,
그리고 그 아래 조용히 흐르는 석촌호수.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이름으로 묶인다.
바로 ‘잠실’이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자존심이자 자화상.

그런데 그곳이,
싱크홀 고위험 예측 지역 1순위라는 말,
믿어지시나요?


겉은 고요하지만, 안은 텅 비어 있다

잠실은 과거 한강의 본류가 흘렀던 저지대였다.
지금의 롯데타워 부근은
원래 섬이었고,
수십 년간의 매립을 통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 석촌호수는 본래 자연 호수가 아니라,
    매립 이후 남은 인공 수로의 흔적이다.
  • 지하에는 열 공급망, 지하철 2·8·9호선, 백화점·몰,
    롯데월드 지하 수족관까지 겹쳐져 있다.

즉, 잠실은 ‘서울의 얼굴’이기 이전에
**‘서울에서 가장 인공적으로 조립된 공간’**이다.


“무너지지 않을 리 없지”

– 전문가들이 속으로 말하는 이유

서울시 지반침하 위험 예측 지도에 따르면,
잠실은 단일 지역 중 가장 다층적 지하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거다.

“그 구조를 완전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거엔 군사시설이 있었고,
그 이후로 개발·복개·재복구·몰·철도·열 공급 등
겹겹이 이어진 지하의 층위
이미 통제 불능의 상태다.


고요한 호수는 원래 강이었고,

타워 아래는 원래 물이 흐르던 곳이었다

잠실을 걷는 사람들은
위로는 화려한 조명을 보고,
아래는 석촌호수의 잔잔함을 본다.

하지만
그건 가장 잘 연출된 도시 연극이다.

그 호수는 흐르던 물이 막혀 생긴 침묵이고,
그 타워는 강물 위에 얹힌 구조물이다.

“이건 안전합니다.”라고 반복되는 말 뒤에는
아무도 “왜?”라고 묻지 않는다.
잠실은 그 자체로 권위이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는 도시는

언젠가 지반으로 말한다

언론은 롯데월드몰 개장 이후
‘지하철 기둥 균열’, ‘석촌호수 수위 급변’ 등의 문제를 보도했지만,
금세 사라졌다.

개발권력과 홍보의 중심에 있는 이 도시의 허리는
언제나 덮여야만 하는 것들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는 언젠가 말한다.
그 말은 늘 균열이나 침하의 방식으로 등장한다.


잠실은 지금

무너짐을 가장 늦게 인정받을 도시이다.

가장 높기 때문에
가장 늦게 의심받고,
가장 늦게 대책을 세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늦음이 가장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는 잠실을 의심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잠실이 위험할 리 없어”라고 말할수록
나는 그 안에서
위험이 자라고 있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각은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사람이 도시를 살아가는 직감이기도 하다.


다음 편 예고

《광진, 조용한 땅 아래 감춰진 균열》
– 사고는 조용한 동네에서 먼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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