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개발의 시간표 아래 덮인 깊이
“역사가 잠든 땅에서, 위험은 말없이 자라고 있다”서울에서 ‘미래’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붙는 지역이 있다면그건 바로 용산이다.대통령실 이전, 미군기지 반환, Y-밸리 조성, 국제업무지구 계획까지—도시의 서사는 용산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하지만 그 모든 미래의 시간표는아직 발굴되지 않은 땅 위에 놓여 있다.반환된 것이 아니라, 덮여버린 흔적들용산은 지하 정보를 가장 적게 알고 있는 도시다.100년 가까이 주한미군기지로 사용되며국가도 정확히 접근할 수 없었던 땅이 많고,공공 지도에도 기록되지 않은 관정, 오염구역, 지하 시설이 존재하며,지반 침하가 아닌 지반 불확실성 그 자체가 가장 큰 위험이다.이 도시는 “얼마나 깊은가?”를 물을 수 없을 만큼한 시대 전체가 덮여 있는 땅이다.국가가 ‘개발 예정’이라..
잠실, 서울의 얼굴 아래 매몰된 진실
“높이 솟은 도시가 가장 먼저 무너지는 이유”서울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높이 솟은 롯데타워,끝없이 이어진 대단지 아파트들,그리고 그 아래 조용히 흐르는 석촌호수.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이름으로 묶인다.바로 ‘잠실’이다.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자존심이자 자화상.그런데 그곳이,싱크홀 고위험 예측 지역 1순위라는 말,믿어지시나요?겉은 고요하지만, 안은 텅 비어 있다잠실은 과거 한강의 본류가 흘렀던 저지대였다.지금의 롯데타워 부근은원래 섬이었고,수십 년간의 매립을 통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석촌호수는 본래 자연 호수가 아니라,매립 이후 남은 인공 수로의 흔적이다.지하에는 열 공급망, 지하철 2·8·9호선, 백화점·몰,롯데월드 지하 수족관까지 겹쳐져 있다.즉, 잠실은 ‘서울의 얼굴’이기 이전에**‘서울에..
서울은 안전하지 않다 – 그런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서울에 싱크홀이 생긴다는 뉴스는 낯설지 않다.도로가 무너지고, 차량이 빨려 들어가고,누군가는 “또?” 하고 고개를 젓는다.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들은, 왜 이런 리스트에서 사라졌을까?싱크홀 고위험 지역 보고서에는광진구, 금천구, 종로구 같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이 반복해서 등장한다.그리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그래, 원래 낙후된 데가 위험한 거지.”하지만 정말 그럴까?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느낀다.잠실, 여의도, 압구정, 용산…서울에서도 가장 많은 개발이 집중되고,지하 공간이 복잡하게 얽히고,고층 건물이 지하 깊이 뿌리를 내린 이 지역들이야말로가장 위험할 수 있다고, 나는 조용히 의심한다.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는다.위험은 눈앞에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말하지 않..
공감 버튼 뒤에 감정이 팔린다
“우리는 감정을 나눈다고 생각했지만, 그 감정은 이미 수치화되어, 분배되고, 팔리고 있었다.”1. 감정은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한때 감정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이었다.말로 설명되지 않고, 순간적으로 반응하고, 공유되지 않아도 괜찮은 것.하지만 지금, 감정은 **'보여져야 하는 것'**이 되었고,더 나아가 **'측정되고 관리되는 자원'**이 되었다.좋아요 수, 댓글 반응, 이모지 클릭, 공유 횟수…우리는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버튼을 누르지만,그 버튼 하나가 감정의 값을 만들어낸다.우리는 감정을 나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감정은 디지털 플랫폼에 데이터로 기증되고 있다.2. 감정은 이제 측정되고, 저장되고, 분석된다기업은 고객의 만족도뿐 아니라 감정 온도를 측정한다.유튜브는 어떤 순간에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