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산에세이

중고로 팔면 똥값인데, 왜 한국인은 명품 주얼리에 집착할까?

반응형

“중고로 팔면 반값도 안 돼요.”
티파니, 까르띠에, 부쉐론, 다미아니 같은 명품 주얼리를 산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었을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예물 시장은 여전히 ‘브랜드’가 정해주는 가격에 수긍하고, 웨딩 시즌마다 백화점 귀금속 매장은 북적입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이건 단순한 허영심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명품 주얼리는 ‘팔아서 돈이 되는 자산’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사회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1. 재판매가 아닌 '사회적 통화'

명품 주얼리는 금 함량이나 다이아 캐럿보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 로고가 더 중요한 시장입니다.
‘까르띠에 러브링 300만 원대’, ‘티파니 T 반지 250만 원대’처럼 가격 자체가 의례의 단위가 됩니다.
결혼 예물, 돌반지, 기념일 선물… 가격보다 중요한 건 상징입니다.
그 반지가 어떤 브랜드냐에 따라 체면의 무게가 달라지니까요.


2. "가격이 오르니까 손해는 아닐 거야"라는 환상

티파니와 까르띠에는 매년 가격을 조금씩 올립니다.
이게 소비자에게는 “사두면 이득”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죠.
중고 가격은 정가의 30~60% 수준.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감가는 피할 수 없습니다.
‘가격 인상’은 투자 신호가 아니라, 브랜드의 희소성 마케팅 전략일 뿐입니다.


3. 리츄얼 소비 + SNS 인증 욕구

한국의 명품 소비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순간의 연출을 위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화점에서 “무이자 36개월”로 결제하고,
반짝이는 박스를 언박싱하며 SNS에 올리는 그 순간이 목적입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날, ‘예쁜 포장’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주얼리를 사게 합니다.


4. 명품 주얼리는 ‘불안에 대한 보험’

주식은 오르고 내리고, 코인은 무섭고, 부동산은 너무 크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이건 남잖아. 잃어도 손에 잡히는 게 있잖아.”
하지만 냉정히 보면, 명품 주얼리는 금보다 금값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유하는 안도감’을 택합니다.
이건 숫자가 아니라 감정의 계산입니다.


결국, 명품 주얼리는 '이익'이 아니라 '관계의 증거'

한국에서 명품 주얼리는 재판매 자산이 아닌, 감정 자산입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나를 증명하고, 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한 도구죠.
그러니 똥값이 될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사는 겁니다.
그 반짝임은 가격표가 아니라, 삶의 서사를 담고 있으니까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