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배를 탄 적은 없다. 다만, 같은 바다에 있을 뿐이다
직장 동료들과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보고서를 쓰고, 같은 회의를 반복하다 보면, 문득 이런 착각이 든다.
‘우린 같은 길을 걷고 있구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우리는 결코 같은 배를 탄 적이 없었다는 것을.
누군가는 거대한 여객선 위에서 누군가가 미리 깔아준 안전한 코스를 따라가고, 또 누군가는 겨우 물이 새는 고무보트를 혼자 노 저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같은 파도를 맞고 있다고 해서, 같은 위치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이는 보호받고 있고, 어떤 이는 노출돼 있다. 누군가는 파도에 흔들리는 것조차 흥미롭다 말하지만, 누군가는 매일이 침몰 직전이다.
직장은 그런 곳이다. 같은 팀이라도, 같은 연차라도, 같은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사람마다 처한 생존 구조는 다르다.
그래서 오해하고, 실망하고, 애매한 감정이 쌓인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하지?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은 나와 같은 바다에 있었을 뿐, 같은 배에 탄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서로를 미워하지도, 깊이 사랑하지도 못하는 이유는 결국 '역할'로 연결된 관계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의지하는 척, 이해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각자 자기 배를 지키는 데 바쁘다. 누구는 바람막이 있는 자리에서, 누구는 맨몸으로 회사를 버틴다.
그래서 이제는 굳이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나와 감정이 엇갈렸던 누군가도, 어쩌면 자기 배를 지키느라 버겁던 것일지 모른다.
직장은 그런 곳이다. 같은 바다에 있는 생존자들이, 잠시 부딪혔다가, 다시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곳.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의 배를 조종하며, 다시 새로운 파도를 맞이한다.